매년 백 만 명 이상 방문하는 필리핀의 중심 마닐라. 그 곳에 위치한 여러 도시들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심각한 빈부격차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우리나라 강남을 뛰어넘는 부유한 부자들이 가득한 도시부터 이곳이 같은 나라 안에 존재하는 곳이 맞는지 실감이 안 날 정도로 빈민층이 가득한 마을까지. 마치 다른 나라에 방문한 듯한 느낌을 주는 곳, 그리고 그 어느 나라보다 빈부격차가 심한 곳. 그 곳은 바로 필리핀이다.
필리핀의 극빈층들은 매일 한화로 3000원 정도의 일당을 벌기 위해 투표에도 참여하지 못한다. 그들은 정치적으로도 약자 위치에 놓여 있으며, 정보에서도 소외되어 있다. 빈민촌 마을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신문도 읽지 못한다. 같은 나라 안에 있지만, 어느 곳에서는 점점 높은 건물이 많아져만 가고 다른 어느 한 쪽에서는 매일 고통스러운 하루를 겨우 버티는 빈민층들이 울부짖고 있다.
필리핀의 1인당 GDP는 3,037달러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또한 상위 5%가 전체 부의 95%를 차지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이는 심각한 빈부격차가 존재함을 통계적으로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속한 ASEAN의 GDP 대비 수출 비중에서 가장 낮은 순위에 속한다.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휴양지이자 관광지로 알려진 필리핀의 관광업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위치에 속한다. 필리핀 GDP의 6%에 불과하다. 이렇게 관광보다 더 높은 수치인 10%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의 해외송금이다. 필리핀의 해외노동자 수는 노동가능인구의 20%로 엄청나다.
이러한 통계자료는 필리핀의 불안한 경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민들 간의 높은 불평등도, 지배층의 부패, 저조한 조세능력, 정치적 혼란, 많은 정부부채, 저조한 교육지출과 연구개발, 투자 등... 양날의 검 같은 이면적인 삶을 살아가는 국민들, 그리고 마닐라. 최근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예산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필리핀 정부는 담배와 주류세를 매년 4%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공법을 발효했다. 그러나 필리핀의 정치적 문제가 워낙 극심하고 부정부패가 많으니 이러한 정책에서 거두어들인 예산 490억 달러가 그들에게 진정한 도움이 되며 빈곤 문제 해결에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구 3명 중 1명이 빈곤층인 필리핀. 그들은 과연 그 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