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가고나면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봄의 태동이 여기저기서 일어난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바로 봄꽃의 왕중왕 벚꽃일 것 이다. 벚꽃은 장미목 장미과의 식물로 한반도에서는 빠르면 3월 말 늦으면 5월 초에 개화를 한다. 그렇게 길거리 곳곳에 벚꽃이 만발하고 나면 사람들은 "아, 이제 봄이구나." 라며 흩날리는 벚꽃에서 물씬 풍기는 봄의 싱그러움을 만끽한다. 그러한 ‘벚꽃’을 보면 떠오르는 것은 비단 봄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이웃나라 일본 역시 벚꽃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桜(사쿠라)’라고 하는 일본의 아름다운 꽃은 사실상 역사생물학적으로 순수한 일본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의 어폐가 있다는 사실까지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 일본의 국화
가장 우선적으로, 벚꽃은 일본의 국화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나도 당연히 벚꽃 하면 일본을 떠올리는 지라 벚꽃이 일본의 국화가 아니라는 사실은 매우 놀랍게 다가온다. 사실상 일본의 국화는 법적으로 지정된 바가 없고 오히려 일본 천황을 상징하는 꽃은 벚꽃이 아닌 국화(菊花)로 많은 이들이 알고있는 상식과는 꽤나 동떨어져 있는 셈이다.
2) 벚꽃의 기원
일본의 벚꽃에 대한 인지도와 더불어 그 고향, 벚꽃의 원산지 또한 일본이라 여겨지는데 이 또한 긍정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벚꽃은 원래 북반구의 유럽과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분포해 있지만 일본의 토착 벚꽃나무가 정말 ‘토착’인가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일본의 ‘사쿠라’는 ‘에도히간’ 계통의 벚나무와 ‘오-시마자쿠라’ 종의 교배로 탄생한 ‘소메이요시노’ 라는 품종인데 최근 일본 및 한국 식물학자의 DNA연구결과에 의하면 '소메이요시노'와 제주도의 '왕벚꽃나무'가 같다는 것이 밝혀졌다. 더 나아가 ‘왕벚꽃나무’가 ‘소메이요시노’의 기원이라는 학설에 힘이 실리면서 ‘사쿠라’가 일본의 토착 벚꽃이라는 데에 그 신빙성과 확실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확실히 일본 벚꽃의 정통성에 조금 금이 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오랫동안 일본 내에서 극진한 사랑과 관심을 받아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다. 많은 일본 문학에서도 벚꽃은 사무라이의 상징이 되는 등 ‘사쿠라’는 이제 일본문화의 떼어낼 수 없는 한부분이 된 것이다. 이는 일본인들의 ‘사쿠라’에 대한 꾸준한 가꿈과 사랑이 빛을 발한 것이다. 그러니 ‘사쿠라’, 일본벚꽃이 자연히 일본인들의 가슴에 꽃을 피우고 더 나아가 세계인들의 불을 밝힌 것은 일본의 몫으로 ‘사쿠라’가 일본의 꽃이라는데 학술적인 면을 떠나 더 거시적이고 넓은 눈으로 본다면 그것이 사실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