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귀신이 있지만, 보통 귀신이라고 하면 무섭고 끔찍한 외형만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사람들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편중된 결과이며, 실제로는 아름답고 귀여운 귀신들도 많다. 그 중 하나가 유키온나, 즉 설녀(雪女)이다.
유키온나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여성의 모습을 한 귀신이며, 이 미모 때문에 일부 이야기에서는 남자들을 유혹하는 요물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유키온나 설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인간 남자와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이다.
미노키치와 모사쿠라는 두 나무꾼이 나무를 베고 돌아오는 길에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어, 한 오두막에서 새우잠을 청하게 되었다. 늙은 모사쿠는 금세 잠이 들었지만 젊은 미노키치는 잠이 오지 않아 눈만 감고 한참을 뒤척이고 있었는데, 옆에서 나는 기척에 눈을 떠보니 하얀 옷을 입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이 모사쿠에게 하얀 숨결을 불어넣어 그를 죽이고 있었다. 경악하는 미노키치에게 그 여인, 유키온나는 “너도 원래 이 늙은이 같은 꼴로 만들어 주려 했지만 너는 젊고 귀여우니 특별히 살려주겠다. 하지만 지금 있었던 일을 그 누구에게라도 말한다면 내가 너를 죽이러 올 테니 그리 알아라.” 하고 말했다. 죽어버린 모사쿠를 내버려두고 미노키치는 허둥지둥 집으로 돌아왔고, 그렇게 그는 무사히 살아남았다. 세월이 흘러 그는 눈 오는 날에 만난 오유키라는 아리따운 아가씨와 결혼하여 아이들을 낳았는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마치 늙지 않기라도 하는 것처럼 늘 한결같은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 오유키가 바느질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미노키치는 그녀의 모습이 옛날에 그가 만났던 유키온나와 꼭 닮아 있는 것을 느끼고 말했다. “당신을 보고 있으니 내가 어렸을 때 겪었던 일이 생각나는군. 당신을 무척 닮은 아름다운 여인과 만났었지.” 오유키가 미노키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대로 바느질을 하며 물었다. “그래요? 어떤 여인이었나요?” 결국 미노키치는 유키온나와 만났던 일을 오유키에게 털어놓았다. 그러자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오유키가 바느질감을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미노치키에게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분명히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오유키는 미노키치가 만났던 그 유키온나였던 것이다. 충격적인 반전이다. 소름끼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원래대로라면 미노키치는 흔한 괴담의 주인공들이 그렇듯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대가로 죽임을 당해야 했겠지만 오유키, 즉 유키온나는 “약속대로라면 내가 너를 죽여야겠지만 우리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생각해 다시 한 번 살려주겠다.” 라고 말하며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