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약 48도 이상의 고위도 지방에서는 한여름에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백야’(white night, the midnight sun) 현상이 수개월 지속된다. 특히 이러한 백야 현상은 러시아에서 자주 발생하는데, 러시아 사람들은 백야 기간에 환한 밤을 즐기며 축제를 벌인다. 특히 러시아의 대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백야 축제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백야 기간의 축제는 과거 러시아인들이 낮이 제일 긴 하지에 벌이던 축제에서 유래했는데, 현재는 백야 기간 전체인 2~3개월 동안 백야 축제가 진행된다. 백야 기간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문화의 도시답게 많은 행사가 열린다. 그 행사의 첫 번째는 <백야의 별>이다. <백야의 별>은 축제 기간동안 마린스키 극장과 콘서트홀을 중심으로 열리는 고전 음악 축제이다. 오페라나 발레 공연을 하기도 하고, 클래식 중 명곡들을 연주하거나 참신한 곡들을 발굴해 청중들에게 들려주는 등 다양한 행사가 이루어진다. 특히 이 축제는 전 세계 음악계나 공연계의 가장 빛나는 젊은 예술인들을 초대해 공연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백야의 별>에 참석하는 것은 예술가들 사이에서 영광으로 여겨지고 있다.

  두 번째 행사는 붉은 돛 축제이다. 백야 축제 기간의 행사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으로,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그린(Aleksandr Grin)이 지은 『붉은 돛』(Vele Scarlatte)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러시아의 초등 교육 과정에 포함되는 이 동화는 어린 소녀가 배필을 만나기 위해 매일 바닷가에 나가 붉은 돛을 단 배를 기다린다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는 학생들에게 희망과 미래, 인내를 가르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졸업식 축사에 빈번하게 활용된다. 이는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공산당의 붉은 혁명을 선전하려는 의도로 붉은 돛을 단 배가 네바 강을 따라서 겨울 궁전을 향해 들어가는 것이 첫 번째 축제였지만 점점 정치적인 의미보다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되면서 공식적인 행사로 자리잡게 되었다. 붉은 돛을 단 거대한 범선, 해적들이 벌이는 결투 장면과 화려한 불꽃놀이가 백야 축제의 절정을 장식한다.

 마지막은 도개교가 열리는 것이다. 매일 새벽 두시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장관을 보기 위해서 모여드는데, 이때 네바 강을 가로지르는 네 개의 도개교가 15분의 간격을 두고 하나씩 90도 각도로 열리는 것이다. 이 시간에는 또한 집시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공연을 하는 등 많은 볼거리를 선사해 모여든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자연현상으로 인해서 러시아에는 백야 축제라는 새로운 축제가 나타났다. 잠들지 않는 러시아를 만나보고 싶다면 백야 축제 기간에 러시아를 방문해 러시아의 밤을 즐겨보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