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일 " 경기 도중 인종차별 구호를 외치는 관중을 방치했다는 이유로 러시아축구협회에 벌금을 부과했다"라고 발표했다. 이는 3월 28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프랑스와 러시아 국가대표팀 간의 A매치에서 러시아인 관중이 흑인인 폴 포그바 에게 인종차별인 발언을 했던 것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이다. 이 경기에서 포그바는 1골 1도움으로 공격포인트를 2개나 쌓으면서 프랑스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와 더불어, 경기 중반부에 포그바와 러시아의 한 선수와 몸 다툼이 벌어졌는데, 경기에서 져서 화가난 러시아 관중이 포그바의 이 행동을 보고 격분하여 이런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8년 6월, 월드컵을 개최할 예정인 러시아에게는 이 사건이 큰 파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러시아 국민이나 구단이 이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에는 한 러시아 프로축구 구단은 SNS에 뜨거운 햊빛아래에서 몸을 풀고있는 브라질 국가대표 선수들을 보고 "초콜릿이 녹아가는 과정을 보라"라고 영상과 함께 글을 올려 물의를 빚은 적이있다. 이를 제외하고도 러시아 관중들이 상대편 선수들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폭언을 쏟아 부는 등 많은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FIFA의 한 관계자는 "이미 인종차별이 관행으로 자리잡은 러시아 관중들을 단기간에 변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부각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러시아 축구협회에 약 3천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런 러시아인들의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태도는 스포츠세계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1년에 한번 이상은 꼭 러시아에 갈 만큼 러시아 여행을 자주하는 시민A씨는 "러시아어를 모른 채 처음 러시아에 여행을 갔을 때도 말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러시아인들이 나를 신기한 표정으로 위아래로 훑어보거나 키득거리는 모션을 취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며 러시아여행중 아시아인이 느끼는 차별에 대해 토로했다. A씨는 심지어 아시아인들이 마트나 기념품가게에 가면 점원들이 대놓고 "쟤들 또 물건 다 쓸어담으려고 왔네","쟤들은 왜 냄새나게 여기를 오지?"등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행동들을 많이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는 이런 인종차별이 왜곡되고 심화되어 아시아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스킨헤드'라는 단체가 존재하기도 한다. 이 단체는 백인우월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 중 일부로 건장한 러시아 남성들로 구성되어있다. 이 남성들은 길을 걸어가다가 아시아인을 보고 아시아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심지어 살인을 저지르기까지 한다. 몇 년 전에는 스킨헤드의 이런 폭행이 심해지자 우리나라 정부가 러시아를 여행 주의 지역으로 지정하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스킨헤드의 이런 행동을 지나가는 러시아 주민들이 목격해도 신고는 커녕 못 본척하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모든 러시아인들이 이런 인종차별적인 표현을 하고 행동을 취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러시아에 여행을 온 아시아인들에게 환하게 웃어주며 맞이하는 러시아인들도 있고, 상점에서 그들을 친절하게 대응하는 러시아 점원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이번 축구관중의 흑인비하발언과 FIFA의 제재를 통해 국가대표간의 스포츠 경기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인종차별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은 러시아인들이 인종차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자기들끼리만 있는 자리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 조금 과장하면 모든 세계가 볼 수 있는 자리인대도 말이다. 이번의 이 사건은 제재(벌금)으로 끝났지만 러시아 사람들과 정부는 좀 더 인종차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할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