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하루

                                                이동준 (본명) 


습한 얼굴로

am 6:00 이면 

시계같이 일어나 

쌀을 씻고 

밥을 지어 

호돌이 보온 도시락통에 정성껏 싸 

장대한 아들과 남편을 보내놓고 

조용히 허무하다. 



따르릉 전화 소리에 

제2의 아침이 시작되고 

줄곧 바삐 

책상머리에 앉아 

고요의 시간은 

읽고 쓰는데 

또 읽고 쓰는데 바쳐 

오른쪽 눈이 빠져라 

세라믹펜이 무거워라 



지친 듯 무서운 얼굴이 

돌아온 아들의 짜증과 함께 

다시 싱크대 앞에 선다. 



밥을 짓다 

설거지를 하다 

방바닥을 닦다 

두부 사오라 거절하는 

아들의 말에 

이게 뭐냐고 무심히 말하는 

남편의 말에

주저앉아 흘리는 고통의 눈물에 

언 동태가 되고 

아들의 찬 손이 녹고 



정작 하루가 지나면 

정작 당신은 

또 엄마를 잘못 만나서를 되뇌시며 

슬퍼하는 



슬며시 실리는

당신의 글을 부끄러워하며 

따끈히 끓이는 

된장찌개의 맛을 부끄러워하며 



오늘 또 

엄마를 잘못 만나서를 

무심한 아들들에게 

되뇌이는 



'강철 여인'이 아닌 

'사랑 여인'에게 

다시 하루가 길다. 





둘째가 중학교 3학년 때 내 생일날 전해준 편지에 바깥일과 집안일의 틈바구니에서 허우적대는 엄마를 ‘엄마의 하루’라는 시에 담아 그렸는데 엄마의 괴로움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져서 시를 읽는 친구들마다 “하, 고놈” 하고 혀를 찼다. 이 시는 내가 쓴 ‘삶의 여성학’ 뒷부분에 실렸는데 그걸 읽으신 작가 박완서 선생은 어떻게 중3짜리 남학생이 엄마의 삶을 그리도 정확하게 포착했느냐며 감탄을 거듭하셨다.

<이적 어머니 자서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