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귀신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게 되는 이미지는 아마 처녀귀신일 것이다. 긴 생머리, 입가에 흐르는 새빨간 피, 창백한 피부. 한국 귀신의 대명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처녀귀신이란 시집을 가지 못하고 죽은 여자의 영혼인데, 그렇다면 장가 못 가고 죽은 남자 귀신은 뭐라고 부를까?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답은 몽달귀신이다. 물론 간단하게 총각귀신이라고도 부른다. 이렇게 몽달귀신과 처녀귀신은 어찌 보면 세트라고도 할 수 있는 관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을 약속한 두 남녀가 미처 혼례를 올리지 못하고 죽어버려 귀신이 되었을 때, 유족들이 모여 영혼결혼식을 올려주는 의식이 생기게 되었다.

 

영혼결혼식은 상당히 기이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신랑과 신부의 모양을 한 허수아비를 만들어 실제 결혼식과 똑같은 방식으로 혼례를 치르고, 식이 끝나면 허수아비를 불태우는 것이다. 이런 의식을 통해 귀신들이 반려자를 찾고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고 믿어진다. 이상한 미신이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영혼과 영혼을 결혼하게 해 주는 이 특별한 의식은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이 강한 한국의 무속신앙이 잘 드러난 예이다.